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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18

영화 병 속에 담긴 편지 (유리병 편지, 끌림, 상실, 세 번째 편지) 죽은 사람을 사랑하는 게 더 쉬울 때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 있으십니까. 떠난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실망시키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고, 그냥 완벽하게 멈춰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이 그겁니다. 게릿이 부러운 게 아니라, 게릿에게 캐서린이 있었다는 사실이 부러웠습니다.유리병 편지케이프 코드 해변을 혼자 걷던 테레사가 모래 속에서 유리병 하나를 건져냅니다. 안에 종이 한 장. 죽은 아내 캐서린에게 남긴 남자의 편지였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초반부인데도 목이 먹먹해졌거든요.이 유리병 편지는 영화에서 단순한 소품이 아닙니다. 서사적 맥거핀(MacGuffin)으로 기능합니다. 여기서 맥거핀이란 이야기를 움직이는 장치이지만, 그 자체보다.. 2026. 5. 12.
영화 이프온리 (같은 하루, 운명, 질문) 로맨스 영화는 보통 해피엔딩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인이 오해를 풀고, 마지막 장면에서 포옹하고, 크레딧이 올라가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 공식 말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며 이프온리(If Only)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났을 때, 저는 한참 동안 화면을 끄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예상한 공식을 정면으로 깨버렸습니다.같은 하루이프온리는 2004년 제작된 영국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비 오는 런던 밤, 여자친구 사만다가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납니다. 이안은 울고, 후회하고, 완전히 무너집니다. 그러다 잠이 드는데,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사만다가 옆에서 자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시 시작된 겁니다.이 구조를 영화 용어로 타임루프(Time Loop)라고 부릅니다. 타임루프란 동일한 시간대가 반.. 2026. 5. 11.
영화 프라임 러브 (나이차이, 상담사와 엄마, 현실연애, 이별의미) 솔직히 처음엔 그냥 가볍게 보려고 틀었습니다. 메릴 스트립 나오는 로맨스 정도겠거니 했는데, 영화가 시작하고 10분도 안 돼서 자세를 고쳐 앉게 됐습니다. 37살 라피가 상담사한테 새 남자친구 얘기를 풀어놓는데, 그걸 듣는 상담사 리사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가는 장면. 그게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나이차이14살이라는 나이 차. 숫자로만 보면 꽤 크다 싶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숫자 자체보다 그게 만들어내는 심리적 거리가 더 문제라는 걸 느꼈습니다. 23살 데이브는 미술 학교를 막 나온 청년이고, 37살 라피는 이혼을 정리하며 새 출발을 준비하는 커리어우먼입니다. 같은 시간대에 살지만 인생의 전혀 다른 챕터에 서 있는 두 사람이죠.심리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분석할 때 발달단계.. 2026. 5. 9.
영화 아담 (아스퍼거, 공감능력, 사랑의 의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좀 특이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겠거니 하고 틀었는데,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얘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담이 베스의 표정을 못 읽고 멀뚱히 서 있는 장면에서, 저도 비슷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이 영화가 불편하게 찔리는 이유가 뭔지, 끝까지 보고 나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아스퍼거아담은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가진 인물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의 한 유형으로, 지적 능력이나 언어 발달은 정상 범위에 있지만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 인식에 어려움을 겪는 신경발달 조건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상대의 감정을 읽는 데 사용되는 회로가 일반인과 조금 다르게 연결되어.. 2026. 5. 8.
영화 윌 아이 엠 (이혼 서류, 타이밍, 해피엔딩, 사랑) 사랑이 안 풀리는 이유가 상대방 탓이라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타이밍이었습니다. 영화 '윌 아이 엠'은 그 불편한 진실을 꽤 정직하게 보여줍니다.이혼 서류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날, 아빠가 딸을 데리러 학교에 갑니다. 차 안에서 딸이 묻습니다. "아빠, 엄마랑 어떻게 만났어?" 보통 아빠라면 짧게 대답하고 넘겼을 텐데, 윌은 작정하고 풀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살면서 사랑했던 여자 세 명 이야기를. 단, 누가 엄마인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딸 마야가 직접 맞춰야 합니다.영화는 이 구조 자체로 이미 절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보는 사람도 같이 추리하게 되니까요. 저도 보는 내내 "얘가 엄마인가, 쟤가 엄마인가".. 2026. 5. 6.
영화 굿걸 (지루함, 수동성, 작은 환기) 매일 똑같은 형광등 아래 서서, 당신은 오늘 몇 번이나 '이 자리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까? 영화 굿걸(The Good Girl, 2002)은 그 생각을 평생 품고도 끝내 떠나지 못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로맨스 드라마인 줄 알고 봤는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이 영화의 무게가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지루함텍사스의 작은 마트에서 일하는 저스틴은 30대 초반입니다. 매일 같은 계산대, 같은 손님, 소파에 누워 마리화나만 피우는 남편 필. 아이도 없고, 대학 진학의 꿈도 이미 접었습니다. 인생이 이미 다 정해진 것 같은 느낌, 저는 그 표정을 스크린에서 봤을 때 뭔가 찔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거기에 홀든이라는 청년이 들어옵니다. 자기를 작가라고 소개하는, 조금 우울한 청년. 홀든은 .. 2026.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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