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16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 (구원자 형제, 자기결정권, 모성애, 생명윤리) 병원 대기실에서 어린아이가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강요받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직접 목격한 건 아니지만, 〈마이 시스터즈 키퍼〉를 보는 내내 그 상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언니의 '치료 도구'로 존재해야 한다는 설정.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고,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구원자 형제안나는 소위 '구원자 형제(Savior Sibling)'로 태어납니다. 구원자 형제란 특정 환자와 유전자 적합성을 맞춰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아픈 형제자매를 살리기 위해 설계된 생명입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전착 전 유전자 진단(PGD,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이라 부릅니다. PGD란 체외 수정된 배.. 2026. 4. 25.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정체성, 공주수업, 변신, 최종선택)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변신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곱슬머리를 펴고 안경을 벗는 그 순간이 전부인 줄 알았죠. 그런데 두 번, 세 번 다시 보면서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불편한 장면이기도 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그런 영화입니다. 볼 때마다 다른 층위가 보이는, 겉은 달콤하고 속은 꽤 복잡한 작품입니다.정체성〈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평범한 고등학생 미아 써모폴리스가 주인공입니다. 연설 준비 때문에 긴장하고, 학교 복도에서 누군가에게 깔리고, 키스하는 커플을 보며 짜증을 내는 지극히 보통의 10대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미아가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졌던 건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특별할.. 2026. 4. 24.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 (시한부 판정, 버킷리스트, 삶의 태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냥 가볍게 웃고 넘길 코미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뭔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라스트 홀리데이〉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평범한 백화점 직원이 남은 삶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이야기입니다. 3~4번 돌려봤는데, 볼 때마다 처음 본 것처럼 웃고 뭉클해집니다.시한부 판정조지아 버드(퀸 라티파)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평범한 판매원입니다. 예쁜 그릇을 사 모으고, 레시피를 스크랩하고, '언젠가'라는 이름의 서랍에 꿈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며 살아갑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CT 촬영 결과가 날아옵니다. 림프절염과 다발성 종양, 치료 없이는 가망이 없다는 시한부 선고였습니다.여기서 림프절염이란 림프절에 염증이 생기는 질.. 2026. 4. 21. 영화 더 헬프 (인종차별, 화이트 세이비어, 가정부) 누군가 나를 매일 돌봐주는데, 정작 그 사람이 내 집 화장실을 쓰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더 헬프〉를 처음 봤을 때 이 장면 하나가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네 번 넘게 봤는데, 볼 때마다 그 부조리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인종차별더 헬프〉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입니다. 이 시기 미국 남부에는 짐 크로법(Jim Crow Laws)이 엄연히 살아 있었습니다. 짐 크로법이란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 남부 주에서 시행된 인종 분리 법률로, 흑인과 백인이 같은 공간에서 식사하거나, 같은 화장실을 쓰거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 제도입니다. 영화에서 힐리가 흑인 가정부를 위한 야외 전용 화장실 설치를 주도하는 장면은 단순한 갑질.. 2026. 4. 20.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