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1 영화 블루 재스민 (추락, 자기기만, 케이트 블란쳇)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우디 앨런 영화를 좀 과소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블랙코미디라고 하면 웃기면서 찝찝한 정도려니 했는데, 블루 재스민은 달랐습니다. 화면이 끝난 뒤에도 재스민이라는 인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게 좀 불편했습니다. 이 글은 그 불편함을 조금 더 들여다본 기록입니다.추락혹시 이런 사람 주변에 한 명쯤 있으신가요. 상황은 이미 바닥인데, 말만 여전히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블루 재스민의 주인공 재스민이 딱 그렇습니다. 뉴욕 상류층 사모님으로 살던 그녀는 남편 할의 폰지 사기(Ponzi scheme) 사건이 터지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습니다. 폰지 사기란 실제 수익 없이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의 금융 사기입니다. 쉽게 말.. 2026. 4. 28. 영화 룸메이트 (할아버지와 손자, 가족의 의미, 세대 공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뒤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고요함이 아니라 소음의 부재입니다. 1995년 피터 예이츠 감독의 영화 〈룸메이트〉를 보면서 저는 그 감각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70여 년에 걸친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 제가 직접 봐보니,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 상실과 회복의 구조 안에서 '함께 산다는 것'의 무게를 조용히 묻는 작품이었습니다.할아버지와 손자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저는 그 무게를 완전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영화 속 마이클의 눈을 보면서 가슴 어딘가가 먹먹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폴란드 이민 1세대 할아버지 록키의 집으로 향하는 어린 손자. 가족들은 그 동거를 부담스러워했지만, 결국 록키가 결정을 내립니다.록키는 애착 형성.. 2026. 4. 28. 영화 업타운 걸스 (영화 배경, 성장 서사, 캐릭터 분석)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그냥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2003년에 개봉한 〈업타운 걸스〉는 두 사람의 좌충우돌을 그리는 척하다가, 어느 순간 마음 한 켠을 세게 건드리는 영화였습니다.영화 배경〈업타운 걸스〉는 보애즈 야킨 감독이 연출한 미국 코미디 드라마로,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DVD로만 출시된 작품입니다. 주인공 몰리(브리트니 머피)는 전설적인 록스타 토미 건의 외동딸로, 아버지가 남긴 신탁 기금(Trust Fund) 덕분에 22년간 단 한 번도 직접 돈을 벌어본 적 없이 살아온 인물입니다. 여기서 신탁 기금이란 부모나 조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위해 자산을 맡겨두고, 일정 조건이 충족될 때.. 2026. 4. 28. 영화 마션 영화 리뷰 (생존 의지, 화성 농업, 귀환 작전) 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또 다른 우주 재난물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영 내내 제가 앉아 있던 자세가 점점 앞으로 기울어졌습니다. 화성에 혼자 남겨진 식물학자 한 명이 수학과 식물학으로 죽음을 버텨내는 이야기. 〈마션〉은 그 설정 하나만으로 2시간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영화입니다.생존 의지제가 직접 계산해보고 놀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마크 와트니가 처음 확인한 식량은 고작 68솔(Sol) 분량이었습니다. 여기서 솔이란 화성의 하루를 뜻하는 단위로, 지구의 24시간보다 약 39분 긴 24시간 37분에 해당합니다. 혼자 먹으면 최대 400솔까지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지만,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는 561솔이 필요했습니다. 160솔의 간극. 이 숫자가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 2026. 4. 27. 영화 로드 오브 워 (배경과 실화, 안티히어로, 구조적 비판) 무기를 파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까요? 이 질문을 처음 들으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 〈로드 오브 워〉를 보고 나면, 그게 꼭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오프닝 5분 만에 이미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 발의 총알이 만들어져 소년의 이마에 박히기까지의 여정을 1인칭으로 따라가는 그 장면은, 솔직히 지금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습니다.배경과 실화〈로드 오브 워〉는 2005년 앤드류 니콜 감독이 연출한 미국 범죄 드라마입니다. 우크라이나 이민자 출신 무기 밀매업자 유리 오를로프를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하는 이 작품은, 실존 인물 빅토르 부트를 비롯한 실제 무기 거래상들의 행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단순.. 2026. 4. 27. 영화 조 블랙의 사랑 (저승사자, 죽음과 사랑, 브래드 피트)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러다 1998년작 조 블랙의 사랑을 다시 꺼내 봤을 때, 아,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죽음과 사랑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감정을 한 인물에 담아낸 영화.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저승사자조 블랙의 사랑은 1934년 작품 Death Takes a Holiday를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여기서 리메이크(remake)란 기존 작품의 핵심 설정과 구조를 유지하면서 시대와 연출 방식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원작이 60년 넘게 지난 뒤에 다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리메이크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 자체로 완결된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거대 미디어 .. 2026. 4. 27.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