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 더 헬프 (인종차별, 화이트 세이비어, 가정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같은 화장실은 쓸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모순이 너무 선명하게 눈에 밟혀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더 헬프〉는 1960년대 미시시피주 잭슨을 배경으로, 백인 가정의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던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꺼낸 작품입니다.차별은 논리가 아니라 권력이었다1960년대 미국 남부는 짐 크로 법(Jim Crow Laws)이 여전히 작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짐 크로 법이란 흑백 분리를 법적으로 강제한 인종차별 법률 체계로, 버스 좌석부터 공공 화장실, 식당 입구까지 모든 공간에서 흑인을 분리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힐리가 주도하는 '위생법 제정 운동'이 바로 이 흐름의 연장선입니다. 집 안에 흑인 전용 야외 화장실을 .. 2026. 4. 20. 트루먼 쇼 (일상의 균열, 감시 사회, 자유 의지) 30년간 전 세계에 생중계된 삶. 가족도, 친구도, 하늘도 전부 연출이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이건 그냥 SF 설정이잖아'라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장면에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선택하는 것들이 과연 진짜 제 선택일까.일상의 균열: 평범한 삶이 흔들리는 순간트루먼 버뱅크는 씨헤븐(Seahaven)이라는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이웃에게 인사하고, 회사에 출근하고, 아내와 저녁을 먹는 일상이죠. 그런데 어느 날 하늘에서 물체가 떨어지고, 라디오에서 자신의 동선이 그대로 흘러나오는 걸 듣게 됩니다.이 장면이 무서운 이유는 트루먼의 반응 때문입니다. 그는 처음에 '고장 났나보다'라고 합리화합니다. 저도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 2026. 4. 20. 그린북 리뷰 (인종차별, 로드무비, 그린북) 솔직히 저는 제목만 보고 이 영화를 한참 미뤄뒀습니다. '그린북'이라는 단어에서 따뜻한 여행기 정도를 떠올렸고, 바쁜 날에 가볍게 볼 영화 목록에만 올려뒀었죠. 그런데 막상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제 예상은 처음 몇 분 만에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끝난 뒤에도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인종차별이 일상이던 시대, 그린북의 진짜 의미영화 속 '그린북'은 관광 안내서가 아닙니다. 정식 명칭은 Negro Motorist Green Book으로,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미국에서 실제로 발행된 흑인 전용 여행 안내서입니다. 여기서 Negro Motorist Green Book이란, 짐 크로 법(Jim Crow Laws)이 지배하던 시대에 흑인 여행자들이 식사.. 2026. 4. 20.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유해진, 역사적 고증) 천만 관객이 눈물 흘린 영화가 '잘 만든 영화'와 같은 말일까요? 저는 극장에서 나오며 눈물을 닦으면서도, 어딘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분명 감동적인 작품이었지만, 집에 돌아와 생각을 정리하니 '좋은 사극'과 '감동적인 상업 영화'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았습니다.박지훈과 유해진이 만들어낸 순간들제가 처음 이 영화 제목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말해 궁중 내시를 다룬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라는 제목에서 곧장 궁궐이 떠올랐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영화는 계유정난(癸酉靖難) 이후를 배경으로 합니다. 계유정난이란 1453년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으킨 쿠데타로,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 단종은.. 2026. 4.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