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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16

영화 배리 먼데이 (고환 수술, 성장, 진저, 로맨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제목도 낯설고, 포스터도 촌스럽고, 주연 배우도 딱히 아는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참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웃기면서 시리고, 가볍게 보다가 어느 순간 마음 한쪽이 데워지는 영화였습니다.고환 수술배리 먼데이(Barry Munday)는 제가 알던 '성장 영화'의 공식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장 영화의 주인공은 어느 정도 공감 가는 결핍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배리는 처음에 그냥 민폐입니다. 직장에서 빈둥거리고, 만나는 여자마다 추파를 던지고, 책임이라는 단어 자체가 삶에 없는 사람입니다.그런 배리가 영화관에서 미성년자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다가, 그 아버지에게 트럼펫으로 사타구니를 맞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깨.. 2026. 5. 19.
영화 프로포즈 데이 (윤년 전통, 아일랜드, 로맨틱 코미디) 4년에 한 번, 여자가 남자한테 청혼할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아일랜드에서 5세기부터 이어져 온 윤년 청혼 전통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런 풍습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습니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지점에서 한참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윤년 전통윤년(leap year)은 태양력(그레고리력)과 지구 공전 주기 사이의 오차를 맞추기 위해 4년마다 2월에 하루를 추가하는 역법 보정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365일 6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 6시간을 4년치 모아 2월 29일로 만든 것입니다. 서양 천문학과 역법 역사에서 윤년은 단순한 날짜 조정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분기점이기도 했습니다.아일랜드에서는 이 특별한 날에.. 2026. 5. 18.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알코올 중독, 공동의존, 큰딸) 사랑하는 사람이 무너지고 있을 때, 곁에 남는 것이 맞는 선택일까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알코올 중독 아내와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엔 마이클의 선택이 감동적이라고 느꼈는데, 끝날 즈음엔 그게 꼭 정답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알코올 중독앨리스는 초등학교 상담 교사입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비행으로 집을 자주 비우는 남편 마이클 없이 혼자 육아와 직장을 감당하면서 점점 무너져 갔습니다. 그리고 그 끝이 알코올 중독이었습니다.알코올 중독(Alcohol Use Disorder, AUD)이란 알코올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의존이 형성된 상태로, 단순한 음주 습관이나 의지 부족과는 다른 질환입니다. 여기서 AUD란 세계보건기구(WHO.. 2026. 5. 14.
영화 마빈의 방 (돌봄 소진, 가족 서사, 케어기버) 가족 중 누군가를 오래 돌본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가 남기는 잔상이 다를 겁니다. 1996년작 마빈의 방은 백혈병 판정을 받은 여성이 20년 만에 동생에게 연락하면서 시작되는 가족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보다 제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돌봄 소진영화의 주인공 베시는 이십 년 넘게 아버지 마빈과 고모를 혼자 돌봐온 인물입니다. 케어기버(caregiver)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케어기버란 가족 구성원이나 환자를 비공식적으로 돌보는 사람을 뜻하는데, 국내에서는 '주 돌봄자'라고도 부릅니다. 베시가 정확히 이 역할입니다. 결혼도, 직장도, 관계도 전부 내려놓은 채로 그 집 안에 이십 년을 묶여 살았습니다.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멍해진 장면은 베시가 새벽에.. 2026. 5. 4.
영화 당신이 그녀라면 (자매 관계, 가족 서사, 성장 드라마) 자매가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순간을 아실 겁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데 가장 깊이 상처를 주는 사람. 영화 '당신이 그녀라면'을 보고 나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마음이 어딘가 살짝 데워진 채로. 자매라는 관계가 이렇게 복잡하고 또 이렇게 끈질긴 건지, 새삼 생각하게 됐습니다.자매 관계매기와 로즈는 같은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한 명은 변호사고, 한 명은 럭키 진스 매장에서 3주 버티고, 식당과 향수 판매원을 전전합니다. 이게 이상한 일일까요. 저는 주변에서 비슷한 경우를 꽤 많이 봤습니다. 형제자매인데 한쪽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한쪽은 끊임없이 방황하는. 그걸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있냐는 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발달심리학에서는 이를 '형제 차별화.. 2026. 5. 1.
영화 프라이즈 위너 (징글 공모전, 실화 영화, 줄리안 무어) 아이가 열 명인데 우유 살 돈이 없는 집. 처음엔 그냥 설정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이게 실화라는 걸 알고 나서 영화 전체를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저도 영화 보는 내내 이건 좀 과장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아니었습니다. 에블린 라이언의 딸이 직접 쓴 회고록이 원작입니다. 그 사실 하나로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갖습니다.징글 공모전1950년대 오하이오의 작은 동네. 에블린은 부엌 식탁에 앉아 광고 카피를 씁니다. 이게 바로 징글(Jingle)입니다. 여기서 징글이란 기업이 제품 홍보를 위해 주최하는 소비자 참여형 카피라이팅 공모전을 말합니다. "왜 우리 집은 이 비누가 좋은가, 25자 이내로"처럼 짧은 문장을 제출하면 당첨자에게 냉장고나 세탁기, 심지어 자동차를 줍니다... 2026.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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