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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20

패션 피쉬 (고립, 연대, 일상)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저는 오랫동안 그 말이 맞는지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패션 피쉬를 보고 나서, 그게 단순한 위로 말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 영화는 삶이 무너진 사람의 이야기인 동시에, 관계가 사람을 어떻게 회복시키는지를 조용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고립: 무너진 자아와 장애 수용의 심리일반적으로 장애를 다룬 영화라고 하면 극적인 재활 과정이나 감동적인 반전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패션 피쉬를 봤을 때, 그런 기대는 개봉 10분 만에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영화는 눈물을 쥐어짜지 않습니다. 대신 불편할 만큼 솔직하게, 무너진 사람의 민낯을 보여줍니다.주인공 메이 앨리스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 2026. 6. 28.
어느 멋진 순간 (리들리 스콧, 와이너리, 성장)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나왔다는 것, 프랑스 어딘가에서 찍었다는 것 정도만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희미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줄거리를 훑어 내려가다 보니 장면 하나하나가 새록새록 떠오르는 게 아닌가요. 그리고 그때 느꼈던 감정과 지금 다시 떠올리며 느끼는 감정이 묘하게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리들리 스콧이 프로방스 와이너리를 찍는다는 것제가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가장 신기했던 건 감독 이름이었습니다.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보통 떠오르는 건 광활한 우주나 전쟁터, 혹은 냉혹한 도시 풍경입니다.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에이터 같은 작품들로 묵직한 스케일을 구축해온 감독이 햇살 가득한 프로방스 포도밭을 배경으로 로맨스 영화를 .. 2026. 6. 26.
아빠가 되는 중 (싱글 대디, 부성애, 육아 현실) 준비가 됐을 때 부모가 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영화 '아빠가 되는 중'은 그 사실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도 모르게 우리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고, 당연하게 여겼던 그 사랑이 사실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뒤늦게 실감했습니다.아무도 준비된 채로 시작하지 않는다 — 싱글 대디의 출발점영화의 주인공 맷은 아내를 잃은 슬픔을 추스를 틈도 없이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처가에서는 함께 미네소타로 이주하자고 권했지만, 맷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딸을 직접 키우겠다고 고집합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이라면 기댈 곳을 선택하는 게 당연해 보이는데, 맷의 결정은 그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부성애(父性愛) 표현이었으니까.. 2026. 6. 25.
영화 시작되지 않은 삶 (콜센터, 청년실업, 자기계발) 학벌이 높을수록 취업이 잘 된다고 믿으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학부를 마치고 현지 친구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단순한 착각이었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철학과 졸업장도, 양자물리학 박사 학위도, 현실 앞에서는 그다지 든든한 무기가 되지 못했습니다. 영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삶'은 그 현실을 아주 정직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콜센터가 보여주는 청년 노동시장의 민낯2000년대 후반 이탈리아는 경제 성장이 장기 정체된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 청년 실업률(Youth Unemployment Rate)은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힐 만큼 높았는데, 유로스타트 집계 기준으로 이탈리아 청년 실업률은 한때 30%를 웃돌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청년 실업률이란 15~24세 경제활동.. 2026. 6. 16.
영화 배리 먼데이 (고환 수술, 성장, 진저, 로맨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제목도 낯설고, 포스터도 촌스럽고, 주연 배우도 딱히 아는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참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웃기면서 시리고, 가볍게 보다가 어느 순간 마음 한쪽이 데워지는 영화였습니다.고환 수술배리 먼데이(Barry Munday)는 제가 알던 '성장 영화'의 공식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장 영화의 주인공은 어느 정도 공감 가는 결핍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배리는 처음에 그냥 민폐입니다. 직장에서 빈둥거리고, 만나는 여자마다 추파를 던지고, 책임이라는 단어 자체가 삶에 없는 사람입니다.그런 배리가 영화관에서 미성년자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다가, 그 아버지에게 트럼펫으로 사타구니를 맞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깨.. 2026. 5. 19.
영화 프로포즈 데이 (윤년 전통, 아일랜드, 로맨틱 코미디) 4년에 한 번, 여자가 남자한테 청혼할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아일랜드에서 5세기부터 이어져 온 윤년 청혼 전통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런 풍습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습니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지점에서 한참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윤년 전통윤년(leap year)은 태양력(그레고리력)과 지구 공전 주기 사이의 오차를 맞추기 위해 4년마다 2월에 하루를 추가하는 역법 보정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365일 6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 6시간을 4년치 모아 2월 29일로 만든 것입니다. 서양 천문학과 역법 역사에서 윤년은 단순한 날짜 조정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분기점이기도 했습니다.아일랜드에서는 이 특별한 날에.. 2026.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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