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당이 주인공을 살려서 내보내는 영화가 또 있을까요? 2005년작 콘스탄틴은 사탄이 직접 나타나 주인공의 썩은 폐를 치유하고 되돌려보내는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그 엔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동안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속편 제작 소식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세계관
콘스탄틴의 원작은 DC 코믹스의 헬블레이저(Hellblazer) 시리즈입니다. 헬블레이저란 1988년부터 300호 이상 발행된 DC의 성인 향 오컬트 시리즈로, 천사와 악마, 마법과 종교가 뒤섞인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당시 슈퍼히어로 장르가 대세이던 시장에서 이 시리즈는 철저하게 다른 결을 추구했고, 영화도 그 노선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히어로 영화가 아니다"였습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존 콘스탄틴은 담배를 놓지 못하는 폐암 말기 환자이고, 신에게 버려졌다고 느끼는 인물입니다. 화려한 능력보다 고독과 피로가 앞서는 캐릭터 입니다.
영화의 장르를 표현할 때 자주 쓰이는 개념이 바로 오컬트 누아르(Occult Noir)입니다. 오컬트 누아르란 초자연적 세계관(천사, 악마, 림보 등)과 필름 누아르 특유의 어둡고 음울한 시각 스타일을 결합한 장르를 의미합니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강하고, 주인공은 대개 도덕적으로 회색지대에 위치합니다. 콘스탄틴은 이 오컬트 누아르 장르를 가장 밀도 있게 구현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힙니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영국인 금발의 콘스탄틴을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다는 캐스팅 자체가 논란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원작 팬은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논란이 완전히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키아누 특유의 무기력한 눈빛과 절제된 감정 표현이 오히려 이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줄거리
콘스탄틴의 서사 구조를 이해하려면 이 영화가 세운 세계관의 규칙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영화 속 세계에서 천사와 악마는 인간계에 직접 개입할 수 없습니다. 대신 혼혈 존재들이 인간 세상에 섞여 살며 서로 균형을 유지합니다. 존 콘스탄틴은 그 균형을 어기는 존재들을 처치하는 엑소시스트(Exorcist)입니다. 여기서 엑소시스트란 단순히 귀신을 쫓는 사람이 아니라, 악령이 인간계의 규칙을 위반했을 때 그것을 강제로 되돌려보내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이야기의 핵심 갈등은 사탄의 아들 마몬이 이승으로 넘어오려는 시도에서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영매(Medium)의 몸이 필요합니다. 영매란 영적 존재와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을 가진 인물로, 영화에서는 안젤라와 그녀의 쌍둥이 동생 이사벨이 그 역할을 합니다.
줄거리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가브리엘의 반전입니다. 대천사장 가브리엘이 오히려 이 모든 사태의 배후였다는 설정은 단순한 플롯 트위스트를 넘어섭니다. 가브리엘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인간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만 진정한 선함을 발휘한다. 따라서 고통을 늘리면 더 많은 인간이 구원받을 수 있다. 이 논리가 섬뜩한 이유는 틀렸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도 잠깐 '그 논리가 완전히 틀린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더 잘 기억에 남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존이 루시퍼를 불러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도 인상적입니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그어 생사의 경계에 놓임으로써 루시퍼가 직접 나타나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이사벨을 천국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합니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위한 희생이 결국 천국행의 조건이 된 것인데, 이 구조가 이 영화가 단순한 오컬트 액션을 넘어서는 지점입니다.
콘스탄틴 1편의 핵심 장치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균형의 법칙: 천사와 악마 모두 인간계에 직접 개입 불가
- 숙명의 창(Spear of Destiny): 예수의 피가 묻은 유물로, 마몬 소환에 필요한 열쇠
- 영매: 마몬이 이승으로 건너오기 위한 신체적 통로
- 림보(Limbo): 천국과 지옥의 중간 공간. 존이 안젤라를 잠시 들여보내는 공간
- 쿠키 영상: 채즈가 천사로 부활하는 장면으로 속편을 암시
속편 전망
속편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수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분위기가 조금 다른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키아누 리브스와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 모두 속편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고, 1편에서 루시퍼를 연기했던 피터 스토메어가 직접 SNS를 통해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높였습니다.
피터 스토메어는 존 윅 시리즈에서 러시아 마피아 보스 역할로도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두 작품에서 모두 키아누 리브스의 상대역을 맡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가 콘스탄틴 2에 복귀한다는 소식은 팬 입장에서 꽤 반가운 시그널입니다.
속편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쿠키 영상에서 채즈가 천사로 부활했으니 그 선상에서 이야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카타나 단독 영화와의 세계관 연결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은 1편에서 아쉬웠던 부분, 즉 가브리엘의 서사와 균형의 법칙에 대한 더 깊은 탐구가 이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러닝타임에 눌려 얕게 처리됐던 설정들이 속편에서 제대로 펼쳐진다면 훨씬 강한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DC 확장 유니버스(DCU)의 재편이 진행 중인 현재 시점도 흥미로운 변수입니다. DCU란 워너브러더스와 DC 스튜디오가 공동으로 구축하고 있는 DC 캐릭터 기반의 통합 영화·드라마 세계관을 의미합니다. 제임스 건 감독이 이끄는 새 DCU에서 콘스탄틴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가 속편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출처: DC Studios 공식 사이트).
또한 콘스탄틴 같은 오컬트 장르 영화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인지를 가늠하는 데 참고가 되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박스오피스 전문 분석 매체에 따르면 오컬트·공포 장르는 저예산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장르 중 하나로, 최근 5년간 해당 장르 평균 ROI(투자수익률)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약 2.3배에 달합니다(출처: Box Office Mojo). ROI란 투자한 금액 대비 얼마나 많은 수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오컬트 장르의 상업적 잠재력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속편이 R등급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존 윅 시리즈의 성공 공식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오히려 1편보다 더 어둡고 더 잔인한 콘스탄틴이 오늘의 관객에게 더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콘스탄틴 2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면서, 저는 1편을 다시 한번 꺼내 볼 생각입니다.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속편에 앞서 세계관을 다시 정리해 두는 것이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오컬트 누아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1편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까지 꼭 챙겨 보시길 바랍니다.